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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가진 능력을 키워주는 것 이외의 목적이 교육에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프란시스코 페레(1849~1909)는 스페인 아텔라 출신의 교육자이다. 그는 최초의 자유학교인 ‘모던 스쿨’을 설립(1901)하고 운영한 교육자로 유명하다. 그가 세운 자유학교는 영국의 서머힐 학교보다 한 세대 앞선 것이었으며, 아동 중심교육을 강조하였다. 페레는 국가와 가톨릭에 지배된 교육을 비판하고 교육을 국가와 종교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아나키스트였으며 이로 인해 왕의 미움을 샀다. 그렇게 왕의 탄압을 받던 중 1906년 ‘모랄의 투척’사건 공모혐의로 체포되었고 1909년에 ‘군사 반란 배후조종’이라는 죄목으로 그의 나이 50세에 처형당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는 세계 최초로 ‘교육을 위한 순교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1910년 스페인에서 페레 협회를 창설하고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많은 교사와 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가에 이로운 국민이 될 수 있는가’라는 잣대로 유능한 아동과 무능한 아동을 구별하지 말라”
또한 그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교육에 있어서 철저히 폭력과 부도덕성을 배제하였다. 소규모 토론집단 위주의 작고 독립된 학교를 추구하였으며 기존에 사용되던 교재를 버리고 유명한 지식인들이 새로 제작한 책을 사용하였다. 교과에 있어서도 지리과목은 여행을 통해 실시되어야 하고 생물과목은 식물 채집과 관찰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페레는 많은 자유교육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사회와 국가의 책무는 아이들을 가르쳐 키우는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프란시스코 페레의 자유교육과 우리나라 현재 교육의 비교
페레는 공장, 작업장, 실험실 등의 현장교육을 병행해야 하고 상벌과 시험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2018)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지식,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지필고사도 실시하지 않고 수행평가로 대체하기 때문에 페레가 말하는 자유교육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의 본래 목적과 달리 진로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학교도 많다. 또한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수행평가를 보게되는데 이러한 평가 결과들이 결국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서술형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그 취지가 적절히 달성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또한 페레는 ‘모던 스쿨’에서 이례적으로 남녀공학을 실시하였고, 남녀평등성을 강조하였다. 그 당시 사회는 계급차별이 남아있는 사회였지만 이를 무시하고 교육에 있어서 계급 간 평등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당시보다 현재 교육에 있어서 남녀 평등성은 현저히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 2005년에 이미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역전했고 그 격차는 오히려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2018년에는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1년전보다 0.9%가량 오른 73.8%, 남성보다 8% 가까이 높아졌다. 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여성의 고위직 진출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고용률 또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이는 당연히 ‘브릿지 존슨(30대 이상의 고학력 미혼 여성)’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계급 간 평등성 또한 당시처럼 눈에 확연히 보이지는 않지만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 부모의 소득격차가 아이들의 직업 선택이나 교육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페레의 자유교육에서 제일 감명받았던 구절은 ‘아이가 가진 능력을 키워주는 것 이외의 목적이 교육에 개입되어서는 안된다’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교육과 교육학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면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이 아이들을 사회에서 요구하는 방향대로 생산해내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따라서 교육자들은 학생들을 ‘유능한 학생’과 ‘무능한 학생’으로 구별해서는 안되고 학생스스로 판단하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아이가 가진 능력을 키워주고 자신들이 꿈꾸는 무엇인가가 꼭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깨닫도록 해주는 것이다.